본문 바로가기
도자기 공예

도자기의 소성 - 재벌(2차 소성)하는 방법

by 이나알 2023. 11. 6.

도자기는 보통 1차로 먼저 소성을 한 뒤에 2차로 소성을 한 번 더 한다. 보통 1차 소성은 초벌, 2차 소성은 재벌이라고 한다. 초벌에 대해 알고 싶다면, 초벌에 관한 내용은 이 글 바로 전에서 다뤘으니 참고 바란다. 오늘은 2차 소성인 재벌에 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재벌구이는 재벌 혹은 2차 소성이라고 부르지만, 본소라고도 말한다. 재벌은 1차 소성인 초벌이 된 기물에 유약을 입히는 시유 과정을 거친 후 1200~1300℃에서 소지에 유약을 융착시키는 과정이다. 가마 안의 온도 분포를 균일하게 하면서 소성할 수 있는 최고 온도까지 올려 완전히 자화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재벌구이 방법은 가마와 연료의 종류, 소성 분위기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산화와 환원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 소지와 유약이 2차 소성 과정을 통해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면서 용융되어 새로운 소결체인 완전한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만큼 도자기의 제조 과정 중 가장 마지막 과정으로서 정말 중요한 과정이다. 가마 내의 분위기를 달리함으로써 도자기의 결과물도 각각 다르게 되는데, 원하는 결과물을 정확히 만들어 내려면 소성에 대한 이론과 기술이 필요하다.

재벌을 하는 이유

2차 소성을 하는 이유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기물에 유약을 융착시키기 위함이다. 도자기에 유약을 입힘으로써 피막이 생기는데 이는 내산성과 내알칼리성을 높이고, 오물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유약의 투명도와 광택도 등으로 인한 미적 효과가 커지게 한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용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단단함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고온으로 재벌 된 도자기는 기계적 강도가 아주 높아진다. 우리가 아는 완전한 도자기의 모습과 특성을 갖게 하기 위해 2차 소성을 하는 것이다.

산화 소성, 환원 소성 방법
재벌구이는 산화 소성, 환원 소성 등으로 분류해서 소성 방법을 달리하고 있는데, 도자기의 종류나 유약의 특성 등에 따라 적절한 소성 방법을 택하여 사용한다.

산화 소성은 소성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사용 연료가 완전히 연소할 수 있도록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소성 방법이다. 산화 소성이 가능한 가마의 종류는 가스 가마, 전기 가마, 기름 가마 등이 있는데 가스 가마는 완전한 산화 소성이 가능하지만, 전기 가마와 기름 가마는 완전한 산화 소성은 어렵고 중성염 상태의 소성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다. 소성 온도는 서서히 올리는데 200℃에서는 유리수분(가소수의 잔여 수분)이, 500~700℃에서는 결정 수분이 증발하고, 900℃가 될 때까지 모든 유기물과 불순물이 소각되면서 가스화되어 가마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900℃에서 30분 정도 유지한다. 초벌이나 환원 소성을 위한 재벌 때에도 가마 안의 온도가 900℃가 될 때까지는 이러한 산화 소성을 한다. 앞서 말한 이유로 완전한 산화를 하기 위해서는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온도를 급상승시키지 말고 가능한 한 서서히 올려야 한다. 온도가 급상승하면 균열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환원소성은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는 산화 소성과는 달리 가마 내의 산소 공급을 불충분하게 해서 사용 연료가 불완전연소가 되게 하고, 소지와 유약의 원료가 모두 환원되어서 발색에 변화를 주는 소성 방법이다. 환원소성은 산화 소성에 비해 소성 시간이 훨씬 길다. 그 이유는 산소의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마 내의 온도 상승 속도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렇기에 연료의 소모가 커져서 비경제적이다. 하지만 환원소성을 한 도자기에서 보이는 발색은 신비스러운 것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도자기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도 환원소성으로 소성되었다. 산화 소성에서 말했듯이 환원소성도 900℃가 될 때까지 산화 소성을 한다. 철분은 산화 소성에 의해 2가의 철이 3가의 철로 산화된다. 이렇게 3가의 철은 900℃에서부터 시작되는 환원소성에 의해 1가의 철로 환원되고, 청색의 규산철을 생산하며 자기의 투광성을 증가시킨다. 또, 소지 중 유황이나 염이 고온에서 분해되며 발생하는 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렇게 가마 안의 분위기를 환원 분위기로 바꾸며 유지하는 동안 산화물로 구성된 원료들이 환원소성 시 보이는 발색의 변화를 가져온다. 산화 소성으로 900℃까지 서서히 올리고 환원소성으로 분위기를 바꾸며 또 서서히 최고 온도까지 올리는데, 불 색이나 온도 분포를 잘 관찰하여 가마 안의 분위기를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재벌의 4단계 소성
재벌구이 과정은 보통 4단계로 나눈다. 1단계 초기 소성, 2단계 중기 소성, 3단계 말기 소성, 4단계 냉각기로 나누어 단계별로 소성한다.

  1. 초기 소성= 가마 안의 온도는 실온~900℃ 이상. 200℃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동안 소지 안에 있던 잔여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다. 400℃까지 온도가 상승하는 동안에는 유기물의 연소 등으로 인한 가스가 서서히 휘발되고 소지 내의 입자가 접착력이 생기면서 수축이 시작된다. 온도가 600℃ 부근까지 상승하면 입자 표면의 원자들이 결합한다. 800~900℃가 되는 동안에는 결정수 휘발, 탄산염 분해작용, 불순물 완전 소각 등 화학적 변화가 활발해진다.
  2. 중기 소성= 900℃에서 소성 최고 온도까지 상승시키는 과정이다. 환원소성을 하고 싶다면 이때 산소 공급을 줄여서 가마 안의 분위기를 환원 소성 분위기로 만든다.
  3. 말기 소성= 30분~1시간 정도 소성 최고 온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단계이다. 화학적 반응의 마지막 마무리 단계이기도 하며, 입자의 재배열이 진행되어 전체가 소결체로 형성되고 유약은 용융되어서 소지에 융착한다.
  4. 냉각기= 불을 끈 상태에서 냉각이 시작되는 단계이다. 요랭 방법과 서랭 방법 2가지가 있다. 요랭 방법은 연료 공급을 완전히 중지하고 불을 끈 뒤에 가마 안의 온도가 상온까지 되도록 서서히 자연스럽게 냉각될 때까지 기다리는 방법이다. 서랭 방법은 요랭 방법과는 달리 불을 끄는 것이 아닌 불을 서서히 시간을 끌면서 줄여주는 방법이다. 보통 대형 기물이나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가마가 급랭 되어 기물이 파손될 우려가 있을 때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