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자기 공예

도자기의 소성 방법과 주의 사항 - 초벌구이(1차 소성)

by 이나알 2023. 11. 5.

도자기의 성형과 장식 그리고 건조 과정까지 다 마쳤다면 드디어 도자기를 구울 수 있게 된다. 도자기를 가마에서 고온으로 열처리해서 반응, 분해, 소결 등의 과정들을 통해 서로 결합이 일어나게 하는 공정을 소성이라고 한다. 소성 과정을 통해서 물이 통과되지 않게 되고, 무른 상태의 물질이 단단하고 깨지기 쉬운 물질로 바뀌며, 색상이 변화되는 등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성질을 가지게 된다. 소성 과정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고, 그 결과가 기대되니 설렘과 걱정을 가지며 기다린다. 도자기의 소성 과정은 만들고자 하는 작품에 따라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1차 소성인 초벌구이와 2차 소성인 재벌구이 2가지로 나뉜다. 때에 따라 3차 소성까지 하기도 하는데 장식구이 또는 유상 채색 소성이라고도 부른다. 도자기 제조 공정 중 도자기가 완성되기 바로 전 단계이고, 이 과정이 잘 못 된다면 전에 했던 단계들에 쏟았던 노력과 시간이 무용지물이 되기에 소성 과정은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소성 과정은 기물의 종류나 양, 소성하는 목적, 소성에 사용되는 가마의 종류 등에 따라서 소성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방법에 맞는 적절한 소성 방법에 대하여 잘 알아두어야 한다. 오늘은 1차 소성인 초벌구이에 대해서 알아보고 소성 방법과 주의 사항까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초벌구이는 보통 초벌 아니면 1차 소성이라고 부르는데 소소, 애벌구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형이나 장식이 끝난 기물을 완전히 건조한 후 시유 하기 전에 700℃~900℃인 비교적 낮은 온도로 소성하는 것을 초벌이라고 한다. 만들고자 하는 도자기 작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도자기는 반드시 초벌 과정을 거쳐야 한다.

왜 대부분의 도자기가 반드시 초벌 과정을 거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유 과정이나 재벌 과정에서 작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초벌 과정을 거친다. 점토로 만든 기물은 소지 내에 조금의 불순물과 유기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런 불순물과 유기물질은 700℃ 이상의 온도로 소성하면 완전히 없어지므로 소지의 백색도가 높아진다. 백색도 뿐만 아니라 흡수율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시유를 할 때 유약이 기물에 잘 붙고, 손으로 들고 작업하기 좋게 기계적 강도를 갖게 된다.

초벌구이할 때 기물이 가마 내의 온도 상승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초벌구이는 온도를 서서히 올리며 진행하는데 단계를 나누자면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건조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건조를 완벽하게 다 했는데 건조를 또 해? 라고 생각하겠지만 100℃~200℃에서는 성형과 장식 과정에서 사용되었던 가소수 중에 소지 내에서 건조되지 않고 남아있던 잔여 수분들을 완전히 증발시킨다. 2단계는 200℃~500℃인데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며 400℃ 부근에서는 유기물질과 이 외의 여러 가지 불순물이 대부분 연소하여 빠져나간다. 이때 가마 구멍을 어느 정도까지는 열어두는 것이 좋은데 증발하여 나온 수분이 가마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3단계는 500℃~700℃로 마찬가지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며 600℃ 부근에 달하면 가마 안은 밝은 빛으로 연소한다. 이때 규산분은 팽창하고, 기물은 대부분이 적색을 띠게 된다. 마지막 단계인 4단계는 700~900℃로 900℃에 가까워졌을 때 불을 끄게 된다. 900℃가 앞에서 설명했듯이 시유 하기에 적당한 흡수율을 가지면서 손으로 들고 작업할 수 있을 정도의 기계적 강도를 갖는 1차 소성의 최고 온도이다. 900℃를 넘게 된다면 소지 내의 입자 상호 간의 소결이 진행되면서 흡수율이 낮아진다. 그렇게 되면 기계적 강도는 있지만 시유를 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700℃ 이하인 낮은 온도로 소성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흡수율은 있겠지만 손으로 들고 작업을 하기에 충분한 기계적 강도를 갖지 못하게 되며 시유 시에 파손이 되는 등 작업이 힘들어진다.


소성 작업을 위해 가마 안에 기물을 쌓아야 하는데 이 작업을 가마재임이라고 한다. 초벌구이와 재벌구이 때 하는 가마재임 방법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기물과 기물이 서로 닿는 부분, 간격, 기물 위에 기물을 쌓는 요령 같은 것들은 모든 가마재임에서 공통된다. 넓은 접시는 책꽂이에 책을 꽂듯이 옆으로 세워서 굽는 것이 좋고, 큰 기물 안에 소품들을 넣기도 하는데 서로 수축에 지장을 주지 않게 여유 있는 위치로 선정하여 세워서 넣는다. 이런 식으로 1~2cm의 적당한 간격으로 상하좌우를 가득 채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마 내의 온도 분포를 균일하게 하고, 기물의 소성을 균일하게 하기 위해서다. 초벌구이는 이렇게 가마재임을 하지만 재벌구이 가마재임을 할 때는 기물에 유약이 묻어있기 때문에 서로 겹치거나 붙으면 안 된다. 유약이 소결되면서 옆에 있던 기물하고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도자기의 소성 과정 중 1차 소성인 초벌구이에 대해서 알아보았는데 도자기가 완성되기까지 아직 시유와 2차 소성이 남았다.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도자기 하나가 나오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치고 힘들게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나온 도자기는 시중에서 산 것보다 더 애정이 간다. 사실 만드는 모든 과정에 함께 했다면 갈 수밖에 없다. 사실 글로 읽는 게 처음에는 읽으면서도 뭐가 뭔지 잘 모른다. 그래도 처음 시작하기 전에 이론을 한번 보고 실습을 해본 뒤에 이론을 한 번 더 보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 다음에는 2차 소성인 재벌구이와 3차 소성까지 알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