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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공예

도자기의 소지 조합과 소지 제조 공정

by 이나알 2023. 11. 11.

도자기를 제조할 때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소지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도자기를 만들 때 필요한 모든 도구를 가지고 있더라도 소지가 없다면 도자기라는 것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만큼 소지는 도자기 제조 시 가장 중요하다. 소지는 점토질, 규산질, 장석질 3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성분들이 궁금하다면 가소성, 비가소성, 융제에 대한 글을 작성해 놓았으니 그 글들을 참고 바란다. 이러한 성분들인 원료의 조성비 혹은 소성온도에 따라 도기소지, 반자기 소지, 자기 소지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지를 어떻게 조합해야 할까?

소지를 조합하는 방법

일반적으로 도자기 소지는 도자기의 주원료인 점토, 규석, 장석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제조한다. 도자기용 소지를 조합할 때 점토 50%, 장석 25%, 규석 25%의 조합비를 따라 조합하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은 도자기를 제조할 때 필요한 특성인 가소성, 수축률, 소결성 등에 맞춰 원료의 함량을 조절하여 조합한다. 이때 원료의 함량은 점토, 장석, 규석의 삼각 좌표를 이용해 보다 쉽게 조합량을 계산하여 조합할 수 있다. 이렇게 조합하는 방법 외에도 제겔식에 의한 조합 방법도 있긴 한데 자기의 소지 조합에는 잘 사용하지 않고, 주로 유약 조합에 사용하고 있다.

소지 조합을 계산하는 방법

주원료인 점토, 규석, 장석을 이용해 조합을 할 때 알아 둘 점이 있다. 바로 이 광물들이 순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점토광물이라고 해도 안에는 장석과 규석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소량이지만 석회, 형석, 백운모, 유기물 등의 광물도 포함되어 있다. 소량의 원소들은 무시한다고 쳐도, 조합을 정확히 하기 위해 점토, 규석, 장석의 조합량을 계산하여 조합해야 한다. 점토광물 76%, 규석 22%, 장석 2%인 점토 A를 이용해서 점토광물 50%, 규석 45%, 장석 5%의 소지를 제조한다고 가정해 보자. 계산 결과 A 점토를 이용해서 원하는 비율의 소지를 제조하려면 A 점토를 점토 65.8%, 규석 30.5%, 장석 3.7%로 조합하면 원하는 소지를 얻을 수 있다.

조합 계산법

  • 점토광물의 양: 76/50 × 100 = 65.8 (A 점토의 사용량)
  • 규석 광물의 양: 100/ 65.8 × 22 = 14.5, 45 - 14.5 = 30.5 (규석의 사용량)
  • 장석 광물의 양: 100/ 65.8 × 2 = 14.5, 5 - 1.3 = 3.7 (장석의 사용량)
조합한 원료로 소지 제조하기

앞에서 설명한 방법으로 소지를 제조할 조합비를 결정했다면 원료 조합과 분쇄, 탈철과 탈수, 토련과 숙성의 공정을 거쳐서 소지를 제조하게 된다. 각각의 제조 공정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원료 조합과 분쇄 과정은 먼저 주원료인 점토, 장석, 규석을 성분에 대해 선별하고 불순물을 제거하여 수세를 행하여서 원료를 준비한다. 이렇게 준비한 원료를 가지고 분쇄 공정으로 들어간다. 분쇄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석영과 장석이 괴상으로 얻어지기에 점토와 혼합을 하기 전에 조크러셔 등의 조분쇄 과정으로 일정 크기 이하로 분쇄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토는 천연에서 분말 상태로 산출되기 때문에 이 과정이 필요 없다. 이렇게 분쇄한 각 원료를 앞에서 말한 조합비로 정확하게 칭량해서 조합한다. 조합된 원료들을 볼 밀이라는 기계를 사용하여 충분히 미 분쇄해 주어 슬립 상태의 소지 조합물을 제조한다.

2. 탈철과 탈수 공정으로 넘어와서 하나씩 살펴보자. 탈철 과정은 앞에 과정에서 만들어진 슬립 상태의 소지 조합물을 체가름을 통해서 입도를 조절한 뒤에, 소지 조합물에 포함된 철분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철분은 소성 후의 도자기의 색상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아주 적은 소량의 철분이라도 검은 반점을 만들어 내는 등 결함을 생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철분을 반드시 제거해 주어야 한다. 탈수 과정은 세탁기 탈수 과정과 마찬가지로 수분을 날리는 작업이다. 탈철을 마친 슬립 상태의 소지 조합물은 성형에 필요한 적당한 수분만을 남기도록 탈수시킨다. 요즘은 필터 프레스라는 기계를 많이 사용하지만 자연 건조에 의한 탈수 방법도 있다. 성형에 필요한 적당한 수분은 20~25% 정도이다.

3. 마지막 과정인 토련과 숙성이다. 성형에 필요한 적당한 수분을 가지게 된 소지 조합물이 토련 작업을 거치게 되면 소지의 점력이 높아지고, 소지 내의 수분 분포를 균일하게 하며, 소지 안에 남아 있는 기포가 제거 된다. 요즘에는 대부분이 진공 토련기를 이용해서 토련을 하는데 손이나 발을 이용해서 토련 작업을 하는 방법도 있다. 토련은 소지가 다 만들어지고 도자기를 성형하기 전에 또 해서 성형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 토련 작업이 끝났다면 숙성 과정인 에이징을 한다. 최소 2주 정도 숙성을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소지 안에서는 수분의 이동으로 인해 보다 더 균일한 수분 분포가 이루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토련 후에도 남아 있었던 소지 속의 미세 기포가 제거 되는데, 이는 유기물질의 부패로 인해 발생하는 가스가 빠져나가면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숙성 후 점력도 높아지기 때문에 성형을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숙성은 따로 기계를 사용할 필요 없이 소지가 건조되지 않게만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소지를 이렇게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보통 다 구매해서 사용한다. 그래도 사용할 때, 구매할 때 내가 어떤 소지를, 어떠한 과정을 거쳐 나온 소지를 사용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이 많은 도움이 됐기를 바란다.